오승희전시회

오승희 전시회 준비 -4 (안면도)

ohzart 2015. 10. 14. 08:57

전시준비 촬영이라는 기가막힌 명분을 등에 없고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10/4~5일 1박2일의 일정으로....ㅎ


장모님(올 설명절전날에 장인 어른이 돌아가셔서, 이제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힘드시니 내가 모시고 다녀야 한다...)

집사람, 승희... 그리고 목화(우리집 강아지 푸들)까지...



(오승희가 찍은 목화사진)


승희에게는 지난 번 부암동 사진에 대한 결과를 이야기 해 주지 않았다.

결과물을 보여 주지도 않았다.

그저 2점 정도 괜찮은 것이 있었다. 근데 그게 어떤 건지는 이야기 해 주지 않았다.

혹여 모를 선입관이 생기거나, 바라보는 시각의 제약이 있을까 두려워서 였다.


이번에도 카메라 한대와 필름 여러 롤을 건네주고 

맘 껏 찍게 했다....


지난 번 아담스 사진전에서 긴 시간 설명했던 'Visualization"에 대한 영향인지

몇번을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고는 내려놓는 모습을 본다...


아빠 : "왜....?"

승희 : "이건 아닌 것 같아...."


눈앞에 있는 피사체가 어떻게 흑백으로 변환될지에 대해서 아직 감이 없기는 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빠 : "흑백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궁금하면, 핸드폰카메라로 찍어서 흑백 변환해봐... 그러면 감이 좀 생길꺼야..."

승희 :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ㅎ"


이 녀석에게 아직 흑백이라는 장벽이 꽤 높아 보였다.


아빠 : "짙은 색조화장을 한 이쁜 여자 배우를 흑백으로 찍는 것은 아마도 칼라보다 맛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지??"

승희 : "응...."

아빠 : "그럼... 주름이 깊이패인 할머니의 얼굴을 칼라로 찍는게 좋을까? 흑백으로 찍는게 좋을까???"

승희 : "그건 흑백이 훨씬 좋을 것 같아... 특히 필름의 질감까지 더해지면 더 멋있을꺼 같아..."

아빠 : "맞아... 승희야... 그래서 흑백은 조금 Antique한 것에 더 잘 어울리지...."

승희 : "그럼 아빠.. 이 피사체는 어때??"

하고는 눈 앞에 있던 낡은 냉동창고를 가리켰다.





그렇게 이 두 장의 사진은 승희에 의해서 촬영되었다.

느낌이 좋다... 괜찮다... 이 정도의 심미안이면 흑백에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백사장항에 있는 어시장에서 승희는 촬영을 하고, 할머니는 장을 보고, 엄마는 목화랑 놀고...ㅎ









방포항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그 앞에 있는 바닷가에서 촬영을 했다...






유난히도 갈매기 많았던 해변에서 

역시 고등학생스럽게 갈매기를 찍고 싶다고 안달이 났다...

AF가 되는 렌즈임에도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잡기는 그리 쉬운 것은 아닌가 보다...

그 와중에 한 마리는 건진 것 같다...ㅎ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찾은 백사장항에서 할머니는 어제 미루어 둔 장보기를 하셨고,

승희와 나는 백사장을 걸었다...












그렇게 안면도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갈산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을 들렸다.

거기에서도 승희와 함께 촬영을 했다.







특히 마지막에 찍은 아래 사진의 시각은 참 맘에 든다...

진짜 흑백의 교재에 나올 법한 사진이다...ㅎ




그 와중에 어슬렁 거리는 아빠의 모습도 담아주는 여유...ㅎ




이번 안면도 여행에서 승희가 촬영한 필름은 3롤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108장이라는 촬영매수는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꽤 의미있는 결과물들이 있었다.


이 네거티브로 잘 인화만 된다면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좋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