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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 활용예 분석
1) 대형스럽지 않은(?) 사진
제목이 조금 거슬리는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엇이 대형스럽고, 무엇이 대형스럽지 않다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형으로 많이 촬영하는 일종의 틀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벗어난 사진을 필자가 자의적으로 대형스럽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대형 카메라를 처음 영입했을 때의 기억이 요즘도 많이 난다...
욕심은 많아서 차 트렁크에 대형카메라를 비롯한 소형/중형을 왕창 싣고 출사를 나가곤 했다. 그러나 대형을 꺼내서 몇 발자국 걷다보면 체력이 소진되고, 서너장 찍고 나면 해가 떨어지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대형 출사를 나가게 되면, 어짜피 꺼내지도 못할 소형/중형은 가지고 가지 않는 습관이 생겨 버린다...
그러나 모든 피사체가 대형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또 어떤 피사체는 소형의 뽀샤시함을 추구하고 싶을 때가 있게 되는 법이 아닌가??
(Sinar F2 / Nikkor 180mm f5.6)
위의 사진은 제주도 촬영을 갔을 때의 사진이다. 차창밖에 보이던 풍경이 너무 탐스러워서 달리던 차를 멈추고 10미터 가량 후진해서 피사체 앞에 섰다. 9월의 따뜻한 햇빛에 말리고 있는 오징어의 풍경을 조금 정감있게 담아 보고 싶었지만, 내 손에 있는 카메라는 대형 뿐...
일단 카메라를 설치하고 조리개를 f22로 열어서 뒷 부분을 날려버리고 오징어에 집중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 와중에 빨래 줄의 촛점을 맞추기 위해서 스윙/틸트도 했다...ㅎ
비행기를 타야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포맷의 결정에 고민이 많이 되는데, 필자는 요즘 주저없이 대형카메라만 들고 여행을 떠난다. 대형으로 굳이 담지 않아도 되는 사진이 있더라도 대형으로 담으면 되니까.... 빠른 피사체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Sinar F2 / Nikkor 180mm f5.6)
위 사진은 안동 하회마을에 촬영가서 담은 사진이다. 하회마을의 좁은 골목길에 있는 낡은 문을 담고 싶었지만, 피사체와 나의 거리는 채 2미터가 되지 않는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촬영자가 서 있을 공간까지 고려한다면, 피사체까지는 불과 1m정도... 이 정도 거리에서 문에 촛점을 맞추면 뒷 부분의 피사체는 어짜피 촛점이 맞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당히 개방해서 문에 집중하자... 뭐 이런 생각으로 담은 사진이다. 문과 지붕등이 현대 건축물처럼 수직/수평이 잘 맞지 않는 구조물이다... 이를 무브먼트로 네모낳게 펴볼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그냥 소형카메라로 찍는 기분으로 찍었다... 주어진 카메라가 대형뿐이니...
(Sinar F2 / Nikkor 180mm f5.6)
충북 제천에 출사를 갔다가 허름한 시골 버스 정류장의 유리창 밖에 보이는 풍경이 너무 탐스러워서 찍어 보았다... 이 또한 유리창에 맺힌 성에에 집중하고 뒷 배경은 날려 버렸다... 무브먼트라고는 유리창 전면의 촛점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약간의 틸트/스윙정도...
지금까지 살펴본 몇 장의 사진들은 굳이 대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뽑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포맷에 관계없이 말이댜...
아니 오히려 대형이 아닌 소형/중형으로 보다 간단하게 촬영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멋들어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대형스러운(?) 사진들을 살펴 보기로 하자.
2) Rising 활용 예
(Sinar F2 / Nikkor 300mm f9 / 가든파이브)
역시 Rising은 건축물 촬영에서 유효하게 활용된다. 뒷판을 지면에 수직/수평하게 설치하면 왠만한 건물은 네모 반듯하게 나온다. 이때 Front Rising만 하면 필요한 부분을 촬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inar F2 / 180mm f5.6 / 미사리)
이 Rising Movement는 풍경에서도 많이 활용되는데, 보통 뒷판을 수직/수평하게 세우면 필름의 정중앙에 수형선 혹은 지평선이 놓이게 된다. 구도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3분할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Front Rising을 적절히 해서 수평선 혹은 지평선이 1/3지점에 놓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풍경사진을 찍을 때에는 왠만하면 무조건 Rising은 꼭 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담고 싶은게 하늘이면 Front Rising을, 담고 싶은게 지면이면 Back Rising을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이때 뒷판은 지면에 수직/수평을 유지하여 사실적 공간감을 확보하도록...
3) Swing 활용 예
(Sinar F2 / Nikkor 180mm f5.6 / 강화)
Rising/Fall은 비교적 쉽고 편하게 Movement를 하게되고, 또 해야 할 것 같다는 충동도 쉽게 느끼게 되지만, Swing은 선뜻하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사진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의 피사체가 같은 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반드시 Swing을 해야 한다. 위의 경우에는 전등 밑의 하얀 벽과 오른쪽에 보이는 벽돌에 가상의 선을 그어서 그 면을 기준으로 샤임플러그의 원리를 적용해서 Swing을 한 사진이다.
조금만 손에 익으면 실전에서 무척 많이 사용하게 되고, 또 사용해야 하는 무브먼트가 바로 스윙인 것이다. 이 경우에도 뒷판은 지면에 수직/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4) Tilt 활용 예
단언하지만, 풍경 사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ovement가 Rising과 Tilt이다. 대형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이 대개의 경우에 Rising까지는 사용하지만, Tilt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작례를 보면서 그 사례를 분석해 보도록 하자.
(Sinar F2 / Nikkor 180mm f5.6 / 속초)
위의 사진은 속초 어느 바닷가의 방파제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앞에 놓인 Tetrapod에 파도가 부딪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뒷판은 지면에 수직/수평을 유지하고 Back Rising을 통해서 피사체는 Tetrapod에 집중하였다. 그 이후에 Front Tilt를 통해서 앞에 놓인 Tetrapod와 맨 뒤에 놓인 Tetrapod까지 Panfocus를 하였다. 이 무브먼트의 핵심은 Tilt인 것이다.
(Sinar F2 / Nikkor 180mm f5.6 / 영월 요선암)
위의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뒷판은 지면에 수평/수직을 유지하고, 계곡의 흐름에 집중하기 위해서 Back Rising을 실시하여 피사체는 계곡의 물 흐름만 담고 있다. 여기에서도 발앞에 있는 바위와 먼발치에 보이는 바위까지를 하나의 피사체면으로 가정하여 샤임플러그 원리를 이용해서 틸트를 수행하였다.
지금까지 허접한 필자의 사진만 보아서는 느낌이 안 오실 것 같아서 大家의 사진 한 장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우리들의 영원한 큰 형님이신 Ansel Adams형님의 유명한 사진이다. 이제 이 사진이 어떠한 무브먼트를 적용한 사진인지 독자들이 감을 잡으시리라 믿는다...
(Ansel Adams作)
바로 그렇다... Front Tilt를 적용한 사진이다. 이 경우 앞에 보이는 큰 바위와 먼산의 중턱을 잇는 가상의 면을 설정하고 샤임플러그의 원리를 적용한 사진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사진이 풍경촬영을 주로 하는 독자들이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광경이 될 것이다. 프론트 틸트는 이때 아주 유용한 무브먼트가 되는 것이다.
5) 복합 Movement 활용 예
(Sinar F2 / Nikkor 180mm f5.6)
위의 사진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의 객석을 촬영한 사진이다. 노천극장의 특성을 상상해 보면 어떠한 피사체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지 아시리라..
뒷판을 지면에 수직/수평을 유지하고 적절히 피사체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서 Back Rising을 하였고, 앞판으로는 발앞에 있는 지면부터 먼거리에 높이 놓인 객석을 피사체면으로 설정하여 Tilt를 하였고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에 대해서는 Swing을 하였다. 하나의 무브먼트가 아니라 복합된 무브먼트를 실시한 것이다.
(丸山修一作)
위의 사진은 교재에서 발췌한 사진이다. 일본 사진가인 마루야마 슈이치(丸山修一)의 작품인데, 다랭이논의 풍경이다.
위의 그림이 Movement를 실시한 순서도인데, A-B 사이의 Front Tilt를 실시하고 C-D사이에 Front Swing을 하여 Movement를 마무리하였다.
위와 같이 복합적인 Movement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일단 틸트/스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게 되면 의외로 어렵지 않은 무브먼트가 된다.
6) 맺음말
충동적으로 시작하게 된 "대형 카메라 이야기"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연재를 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공부가 된 사람은 아마도 필자이리라...
그 동안 조각나 있던 지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고, 또 나름의 체계화가 되어서 가장 기쁜 것은 필자임을 부끄러운 심정으로 고백한다.
"대형 정도는 찍어 주어야 어디가서 사진 좀 찍는다 그러지..."
필자가 가장 경계하는 인식이 바로 이것이다. 대형카메라를 이용한 사진은 사진이라는 넓은 예술의 영역에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마치 대형카메라가 사진의 마지막 종착점인양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소형/중형에서 처리 못하는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 대형카메라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무브먼트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무브먼트가 틀리면 사진이 잘못된 것인양 비판하거나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형카메라 한 번 사용해 보지도 못하면서 훌륭한 사진을 찍어낸 大家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이왕 대형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여러분들 앞에 놓여진 자유도(Movement)를 충분히 활용해 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프레임잡고 촛점 맞추고 낑낑대면서 긴 시간을 투자해서 촬영하는 사진이라면, 촬영자가 의도한 대로 멋진 한 장의 사진이 나와 주어야 보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형만이 만들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번 이야기의 서두에 대형스럽지 않은(?) 사진을 소개한 이유도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대형스럽게 촬영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대형으로 소형/중형 촬영하듯이 촬영도 가능하게 된다.
만일, 대형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가 판형이 넓어서 보다 큰 확대인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때문이라면 과감하게 대형을 버리고 고화소의 디지털카메라를 잡으시라 권하고 싶다. 요즘 버스 정류장에 있는 광고 사진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큰 크기로 뽑았음에도 엄청난 디테일을 자랑한다. 바로 디지털의 힘이다.
대형은 판형이 큰 것이 유일한 매력이 아니다. 판형의 크기뿐만 아닌 대형만이 표현 가능한 여러가지의 놀라운 세계를 경험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다.
부끄러우리만큼 얄팍한 지식들로 가득 채워진 이야기들이었지만, 끝까지 기다려 주시고 예리한 조언을 해 주신 많은 독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또 다른 시리즈 : 대형카메라 렌즈 이야기 (http://blog.daum.net/ohzart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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