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8x10 Pinhole Camera 체험기

ohzart 2014. 3. 6. 11:38

 

Pinhole Camera 체험기

 

언젠가 한 번은 핀홀을 써 보고 싶었다. 그 전에 대강의 지식이라도 훑어볼 겸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역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다만, 역시 핀홀의 한계가 열악한 화질이기 때문에 가능한 큰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날, 이베이를 오랫만에 들어갔는데 우연히도 눈에 띈 상품이 바로 8x10 Pinhole Camera이었다. 별다른 고민없이 180mm(135화각으로 환산하면 26mm) f500을 덜컥 결제를 하였다.

 

 

 

덜컥 새로운 판형을 결정하니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우선 필름 홀더를 구해야 했다. 충무로를 다 뒤져서 모 카메라샵에서 상태 좋은 홀더를 발견했지만, 무려 개당 20만원을 달라고 한다. 4x5 Holder 1만원에 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래도 필름유저들이 줄어들고, 더더군다나 대형유저는 급감하고 큰 판형의 유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니, 정상적인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결국 다시 이베이를 뒤져서 홀더 3개에 160불하는 상품을 구했다. (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또한 필름을 구해야 했다.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8x10 흑백필름은 ILFORD Delta100뿐이었다. 25매 한 박스에 252,000원이니까 필름 한 장에 만원꼴이다. (B&H 가격이 108불이니까 한국이 무려 두배는 비싸다는 이야기이다)

 

다음은 현상을 하기 위한 현상탱크를 구해야 했다. JOBO3005(아래 사진)가 신품으로 70만원이란다.

 

 

 

이 또한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그래서 보유하고 있는 탱크를 다 뒤져 보니, 8x10 Print 현상탱크인 JOBO 2850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홀더와 핀홀카메라가 비슷한 시점에 도착을 했다.

 

 

 

 

 

급한 마음에 촬영을 준비하다가 깨달은 점은, 기존의 상반칙불궤표로는 노출이 Cover가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f500이기 때문에 조리개도 계산을 해 보아야 한다.

 

참고로 조리개에서 1스탑이 줄어드는 것은 root2(1.414)를 곱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1스탑이 줄어든다는 것은 조리개의 면적이 반으로 줄기 때문에 root2(1.414)를 곱하는 것이다.

 

1 / 1.4 / 2 / 2.8 / 4 / 5.6 / 8 / 11 / 16 / 22 / 32 / 45 / 64 / 90 / 128 / 180 / 250 / 360 / 500 / 750 / 1000

 

이렇게 조리개수치가 늘어나게 된다. f500이라는 조리개는 f32 ND400을 꽂은 것과 동일한 수준의 노출이 나오게 된다. 이를 위해서 새로 상반칙 불궤를 아래와 같이 계산하였다.

 

 

 

무시무시하다... 자칫하다가는 하루 노출 뭐 이런 상황도 빈발할 수 있다.

다른 카메라의 경우에는 노출이 길면, 조리개를 바꿔 가면서 노출을 조절할 수 있지만, 핀홀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풍경의 경우에는 조명을 Control할 방법도 없으니 노출의 결정과정에서 나에게 주어진 것은 거의 없다.

(참고로 보유한 노출계에서 f500을 설정하지 못해서, f32로 측정을 하고 f500을 환산하는 형태로 상반칙불궤표를 꾸며 보았다)

 

이제 모든 준비는 완료가 되었다. 궁금한 마음에 설 연휴기간 동안 집 근처의 양재천에 촬영을 나갔다. 필름은 2(홀더 1)을 준비해서 갔다. 공교롭게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비를 맞아가며 촬영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노출을 측정하니 f32기준으로 1 -> f500으로 환산하면 4분이 된다. 가지고 있는 필름이 ILFORD Delta100이어서 상반칙을 적용하면 노출은 1시간 13분이 나온다.

일단 셔터를 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나올 때는 그리 춥지 않았지만, 이제 추위까지 느껴진다.

1시간10...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서 있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다음부터는 낚시의자와 책이라도 들고 와야 하겠다. 와중에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다...

 

 

 

결국 이날은 1시간 10분 노출 1매 촬영하고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같은 장소로 나가서 추가로 한 매 촬영을 했다. 부슬비는 여전했고, 노출도 같이 나왔다.

 

그렇게 촬영된 두 장을 현상탱크에 넣고 현상을 했다. 현상 과정에서 다른 것은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수세와 포토플로는 4x5와는 조금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4x5 수세의 경우에는 전용 수세탱크를 제작해서 10장까지 한 번에 수세가 가능하지만, 8x10의 경우에는 그렇게 할 방법이 없었다. Tray수세를 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 보다는 현상탱크에서 물을 자주 갈아가면서 15분을 교반하는 방식을 택했다.

4x5포토플로의 경우에는 1liter 비이커에서 충분히 가능했지만, 8x10의 경우에는 비이커에 담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8x10 밧드에 포토플로를 담아서 처리해야 했다.

 

일단 건조기에 8x10 두 장을 걸어 놓고 건조되기를 기다려 본다.

 

 

 

노출은 잘 맞았다. 현상도 잘 된 거 같다.

 

이제 남은 것은 밀착 인화...

 

 

 

(왼쪽 아래 부분에 희게 나온 것은 홀더불량으로 칼집입구에서 빛이 들어온 것이다.)

 

 

 

... 뭐랄까...?

렌즈 한 장 안 쓰면서 샤프한 이미지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과욕인지를 절감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잘 활용하면 뭔가 뽀샤시한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ps : 사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진심으로 우려했던 부분이 있다. 핀홀의 결과물에 실망해서 8x10 body를 영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되어 내 손에 어느새 Zone6 8x10 Body가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