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대형 카메라 이야기 - 일곱 번째는 촛점

ohzart 2013. 2. 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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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야기 - 촛점이야기

 

사진이라고 하는 기술(혹은 예술)이 발명/발견되고 급속하게 확산되고 발달한 이유는 당시 미술의 한 부분이었던 초상화 시장을 잠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그리던 초상화에 비해서 비록 흑백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매우 사실적이고 또한 복제가 가능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진이라고 하는 것이 많은 초상화가들의 밥줄을 끊게 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당시의 미술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적인 묘사가 매우 중요한 시절이었다. 요즘 DSLR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뽀샤시하게 Out-focus된 사진을 즐기는 것과 달리 초창기의 사진들이 대부분 Panfocus를 통한 사실적인 사진을 추구하였던 것이 바로 이 이유가 아닌가 필자는 추정해 본다. 또한 사진기술의 발달로 기록이라는 사실주의적 장르는 사진에게 넘겨주고 미술은 인상주의 형태로 다소 비사실적인 예술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맨 첫 이야기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사진에서 과학적으로 정답이 존재하는 두 가지의 영역이 바로 노출과 촛점이다. 노출에 대해서는 앞선 이야기에서 가볍게 다루었고, 이번 이야기에서는 촛점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1) 용어/개념 정리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Out-focus(혹은 Defocus)와 같이 촛점을 맞추지 않는 것보다 Panfocus처럼 모든 피사체의 촛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물리적으로는 촛점이라고 하는 것은 용어에서 보듯이 하나의 점(point)으로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위치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위치는 이상적인(수차같은 것이 없는) Optical System에서는 여러 변수들을 넣어서 광학적으로 계산하면 하나의 수치()로 산출되게 된다. 이를 흔히 Focal Point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의 상황에서는 이 점에서 앞뒤로 일정 영역에서는 촛점이 맞았다고 가정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를 광학적으로는 촛점심도(Depth of Field 혹은 Depth of Focus)라고 하며 약자로는 DOF라고 한다. 여기에서 가정하는 전제가 바로 Circle of Confusion(CoC라고 부른다)라는 개념이다. 조금 복잡한 설명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넘어갈 예정이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검색으로 그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 필름 포맷별 DOF 비교

소형에서 중형으로 넘어 올 때에는 포맷에 따른 렌즈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중형의 경우에도 대부분 f/2.8 Lens를 구할 수 있고 밝은 렌즈 특유의 Out-focus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밝은 렌즈들이 대부분 f/5.6이어서 Out-focus가 가능은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형에서 사용하는 f/5.6은 소형포맷에서 사용하는 f/2 수준의 촛점심도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비밀은 촬상면(필름)의 넓이가 커질수록 촛점심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촛점심도를 결정하는 변수는 아래의 네 가지 이다.

 

- 조리개의 밝기

- 피사체와의 거리

- 렌즈의 촛점거리

- 촬상면(Film)의 넓이

 

위의 네 가지 변수를 넣고 간단한 산수를 거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상대적인 비교를 위해서 각 포맷별로 비슷한 표준 화각을 갖는 렌즈로 비교를 실시했다.

 

 

 

위의 그래프를 간략히 설명하면 x축은 조리개값이고 y축은 유효한 촛점거리를 나타내고 있다. 각 포맷별로 표준렌즈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며 실선으로 표시된 것은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2m라고 가정했고, 점선의 경우에는 피사체가 10m 떨어져 있는 경우를 계산한 것이다.

녹색 삼각형 심벌의 4x5inch 포맷의 150mm렌즈의 경우에 f/5.6의 조리개로 2m앞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에 약 20cm정도의 촛점심도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135포맷의 소형카메라의 50mm렌즈를 사용해서 조리개 f/2를 사용했을 때의 심도와 동일한 수준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8x10inch 350mm 표준렌즈의 조리개 f/16에 경우와 같은 심도를 갖게 된다. 실로 엄청난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이야기를 다시 풀어서 말하면, 필름이 커질수록 촛점을 맞추는 것이 엄청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와중에 대형카메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Panfocus를 추구하기 때문에 필름면의 모든 이미지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 데, 이는 상당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형카메라의 Movement가 생긴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초창기 대형 카메라들은 대부분 촛점을 맞추기 위해서 렌즈면이 앞뒤로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게 되었었지만, 사실주의적 Panfocus를 구현하기 위해서 넓은 필름면을 모두 촛점심도안에 넣으려면 렌즈면도 흔들고 필름면도 흔드는 Movement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었나 추정해 본다. (실제로 이 추정은 뒤에서 살펴볼 Scheimpflug Principle의 역사를 보면 확신이 서기도 한다.)

 

 

3) Scheimpflug Principle (샤임플러그의 원리)

제목에서 느끼실 수 있듯이 샤임플러그는 사람 이름이다. Austria의 육군 대위 출신인(우리 나라에는 왜 이런 군인들이 없는걸까...??) Theodor Scheimpflug(1865~1911)가 정리한 촛점 이론인 것이다.

 

사실 이 이론을 정립한 샤임플러그의 업적은 충분히 인정해야 하지만, 그 독창성은 학계에서 항상 의심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이론을 정립할 당시에 인화기술자들 사이에서는 이 내용이 당연한 원리로 이해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확대기의 인화지면의 구석구석 촛점을 맞추기 위해서 이젤 바닥의 수평을 틀어서 촛점을 맞추는 것이 당대의 인화기술자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상식처럼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보편적 상식을 샤임플러그는 수학적인 언어로 풀어냈고, 마침내 그 원리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특허까지 출원하게 되었다. (구글에서 이 특허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데 한 번 읽어 보시길..)

 

 

 

위의 그림은 샤임플러그 원리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한 개략도이다.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Scheimpflug_principle)에 아주 자세한 수학적인 설명도 있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저 원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시길...)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피사체면의 연장선과 렌즈면의 연장선이 촬상면(Film)의 연장선과 만나게 되어있다 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를 조금 쉽게 풀어 보려면 소형/중형에서의 촛점면의 형성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위의 그림과 같이 필름면/렌즈면이 고정되어 있는 소형/중형 카메라의 경우에는 카메라(필름/렌즈면)과 평행하게 촛점면이 형성된다. 따라서 카메라(필름/렌즈면)을 틀어 버리면 위의 그림과 같이 촛점면도 같이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위의 그림과 같이 카메라 앞에 있는 꽃과 원경에 있는 산을 하나의 촛점면에서 결상을 시키길 원한다면, 소형카메라의 경우에는 원거리(보통 무한대)에 촛점을 잡고 조리개를 조여서 촛점심도를 확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무브먼트가 가능한 대형카메라에서는 지금 살펴보고 있는 샤임플러그의 원리를 이용하여 앞에 있는 꽃과 먼 거리의 산을 하나의 가상 촬상면으로 생각해서 렌즈의 위치나 필름의 위치를 움직여서 Panfocus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샤임플러그 원리의 강력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필름면을 움직여야 하는가? 렌즈면을 움직여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위의 그림이 샤임플러그를 이용해서 Film/Lens면을 움직여 동일한 Subject Plane(피사체면)의 촛점을 잡는 3가지의 경우가 된다. 각 경우별로 촬영된 결과물에는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부터 다루어질 무브먼트 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이 샤임플러그의 원리는 위의 그림과 같이 필름면/렌즈면/피사체면이 평행한 경우에도 성립하게 된다. (이 경우에 샤임플러그 교차점은 무한대가 된다)

 

 

이와 같이 샤임플러그의 원리를 이용하면 왠만한 피사체의 경우에는 하나의 촛점면을 형성할 수 있게 되어 촛점심도 확보를 위해서 과도하게 조리개를 조여서 나타날 수 있는 이미지 열화를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샤임플러그 원리는 정확히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실전에 촬영을 나가서 촛점 맞추는데 당황하지 않게 된다. 오늘부터라도 주변의 모든 사물에 대해서 촛점면을 상상해 보는 훈련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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