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 인화 (Lith Print)
2014년 필자와 함께 3인전(http://blog.daum.net/ohzart1/38)에 참가했던 이창화님의 리스인화(http://blog.naver.com/nuclina/80103643648)의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리스인화(Lith Print)는 국내에서는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 우선 아래의 두 권의 서적을 구입했고, 아래 기술된 내용은 위의 두 권의 서적에서 발췌된 내용과 필자의 의견 및 평가 결과물을 개제함을 밝혀둔다.
Lith Print란?
우선 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의 하나인 Lithography 개발 엔지니어로 20여년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Lith 혹은 Litho라는 단어에 매우 친숙하다. Litho(돌)+Graphy(그리다)라는 어원으로 돌에 무언가를 그려 넣는 것을 Lithography라고 칭했으며, 현대에 와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Wafer상에 회로를 그려 넣는 공정을 Lithography라 한다.
여기서 설명되는 Lith도 Lithography에서 출발한 단어로 영문 Site를 보면 Lith 혹은 Litho로 혼용되곤 한다.
사진의 경험이 많은 분들께 Lith인화를 이야기 하면, 맨 처음 혼동하는 것이 Lith Film이다. Lith필름은 제판용으로 사용되던 필름으로 중간 톤이 거의 없이 흑백으로만 나타나는 Film으로, 아래에서 설명하는 Lith Print와는 다른 것임을 밝혀 둔다. 다만, 현상의 원리는 동일하며 현상액도 같은 종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스인화는 보통 아주 많은 양의 노광을 한 인화지를 아주 묽게 희석된 현상액으로 인화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필름 현상이 아니라는 점). 리스인화의 몇 가지 중요한 요소는 인화지(매우 의존도가 높아서 교재에는 Lithable Paper(리스가능한 인화지)가 정리되어 있다.), 현상액, 인화노광시간, 현상시간 등이다.
또한 인화 결과물은 위에서 언급한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변수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는 다시 말하면 하나의 원고(negative)로 다양한 창조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해하여야 할 개념 : Infectious development
이 개념을 이해해야 리스인화를 설명할 수 있을텐데, 이것을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전염현상(Infectious Development)로 번역하면 되려나?? (필자가 대학시절에 Threshold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문턱값’이라는 번역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알기 때문에라도…)
다행히도 가지고 있는 일본어 교재(写真工学の基礎―銀塩写真編、(社)日本写真学会編、p.339)에 전염현상(伝染現像)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교재안의 복잡한 화학식을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 하며, 간단한 그 개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노광된 인화지가 현상액에 담그어지면, 빛에 반응한 감광물질이 약품(현상액)과 만나서 현상은(現像銀)을 만들어 검은색을 띄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의 메커니즘인데, 리스인화에서도 동일한 과정이 진행되지만 아주 묽은 희석비이기 때문에 아주 늦게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통상의 현상과 달리 독특한 것은 검은 상이 올라오게 되면 현상이 더 빨리 진행되고, 빨리 현상이 진행되면 더 검어지고, 더 검어지면 더 현상이 빨라지는 연쇄반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연쇄반응의 속도는 현상이 진행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이렇게 암부는 급속하게 더 짙어지고, 상대적으로 명부는 정상반응을 하게 되면서 contrast가 커지는 방향으로 현상이 진행된다. 이러한 현상 촉진이 무언가에 전염되는 것과 유사하다는 의미로 ‘Infectious Development(전염현상)’이라 불리우게 된다.
이 현상의 과정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암부-명부간의 contrast와 Grain size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전염현상의 반응이 생기면 암부는 급속하게 반응이 빨라져서 더 짙은 암부를 갖게 되고, 명부는 상대적으로 정상반응이 되어 컨트라스트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또한 이 과정에서 암부의 Grain Size는 더 커지게 되나, 상대적으로 명부의 Grain size는 작아지게 되어 Grain size의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효과로 암부는 더 거친 입자의 느낌을 갖는 Lith Print의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결과물은 조건에 따라서 Warm Tone 혹은 Cool Tone의 결과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어보면, 과연 언제 급속한 현상반응을 정지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 현상을 멈추는 지점을 교재에서는 ‘snatch point’라고 표현하고 있다. ‘snatch’라는 단어가 ‘낚아채다’라는 의미인 점을 고려하면 어느 일정 시점에 현상을 멈추고 재빠르게 정지과정으로 넘겨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교재에서는 이 지점이 ‘암부가 충분히 의도한 수준까지 도달하면’ 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시점에 따라서 결과물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고, 필자도 이 시점에 따라서 꽤 다른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위에서 설명한 반응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 ‘snatch point’는 변할 수 있고, 또 ‘snatch point’에 따라서 결과물의 엄청난 차이를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광시간/현상액 희석비
Lith Print가 일반적인 암실작업과 다른 또 하나의 차이라고 한다면, 확대인화시의 노광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재에는 2~3스탑정도 over-exposure 하라고 적혀 있는데 필자의 작업에서는 6~8스탑이상의 추가 노광이 필요했다.
이렇게 많은 노광이 필요한 것은 위에서 설명한 리스현상의 반응을 잘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Lith현상은 기본적으로 아주 묽게 희석된 현상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화지에는 충분히 빛과 반응한 상태가 필요하다. 또한 명부와 암부의 차이를 현상으로 조절하는 개념이어서 확대인화에서 Contrast를 조절하기 위한 필터(혹은 인화지 호수)를 적용하는 것이 의미가 없으며, 인화지에 맺혀진 상은 현상 시간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인화지에는 충분히 많은 양의 노광이 이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상액의 희석비도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인데, 희석비가 묽을수록 현상시간이 길어지며 Lith효과가 더 커지는 방향임을 짐작할 수 있다.
Golden Rules :
명부는 인화지에 가해지는 노광시간으로 조정한다.
암부는 현상시간(Snatch point)에 의해서 결정되어 진다.
최종 결과물의 색상(Warm-tone or Cool-tone), Grain size등은 인화지의 유제와 현상시간(Snatch Point)에 크게 의존한다.
리스인화방법 및 준비물
우선 준비물은 일반 인화와 유사하다. 다만, 현상액은 리스인화용 현상액을 준비하여야 한다. 순서는 일반인화와 동일하게
확대기 노광 – 현상 – 정지 – 정착 – 수세
로 진행되며 정지/정착 공정의 시간은 일반인화와 동일하게 진행한다.
위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리스인화는 인화지에 많이 의존한다. 보통 인화지는 크게 RC(Resin Coated)와 FB(Fiber Based)로 나누어 지는데, 이론적으로는 RC도 가능하지만, 교재에서는 FB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리스인화에 사용되는 현상액은 주로 “Fotospeed LD20”과 “Moersch Easylith”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사용한 현상액은 아래 사진의 Fotospeed LD20을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Lith Developer가 Solution A와 B로 나누어 지게 되는데, 분리되어 있을 경우에는 변질이 잘 안되지만, 혼합하여 사용할 경우에는 급속한 산화반응으로 변질이 쉽게 된다. 현상 바로 직전에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을 권하며, 인화도 최대 3매를 넘기지 않기를 권한다. (필자는 2매까지만 진행)
첫 인화 그리고 여러 test…
확대기 조리개를 최대개방(f4)로 하고 20초~100초까지 노광하여 현상액에 담그어 첫 인화를 시도했다. 현상액에서 10분이 다 되도록 전혀 상이 맺히지 않아서 ‘아… 실패인가…? ㅠㅠ’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10여분만에 희미하게 인화지 테두리와 상이 맺히는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암부가 올라오는 것은 그로부터도 10분 정도 더 지난 20여분 정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20분 이후에는 현상이 되는 속도가 빨라지며, 24분 이후에는 급격하게 암부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25분에는 재빠르게 인화지를 낚아채서(Snatch) 정지액으로 옮겼다.
위의 결과로부터 적당히 명부의 detail이 확보되는 80sec를 노광시간으로 정하고, 인화화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조리개를 두 스탑 줄여 f8로 설정하고 노광시간은 320초로 설정하였다.
위와 같이 일반 인화와 Lith 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노광시간은 무려 +7 stop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Negative로 Snatch Point를 달리하여 평가를 해 보았다.
1분정도의 차이로 암부의 많은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적정 현상시간을 넘어서면 명부의 detail도 과하지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필자가 보유한 각종 인화지로 동일한 환경에서 Lith평가를 진행하였다.
위에서 보듯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화지에 상이 맺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으나, BERGER나 Oriental VC FB II Glossy에서 보듯이 인화지에 곰팡이가 생긴 듯한 상이 맺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추가로 확인하기 위하여 Oriental VC FB II Glossy를 다시 노광한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특히 인화면 테두리에 아래와 같은 얼룩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인화지의 유제가 녹아 흘러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로써 보유한 인화지 중에서는 Fomabrom, ILFORD MGIV 그리고 Oriental VC FB II Warm Tone이 Lithable Paper임이 확인되었다.
아래는 Oriental VC FB II Warm Tone으로 인화한 리스인화와 통상인화 결과물이다.
맺음
이로써 Lith 인화를 위한 기초적인 지식습득 및 평가를 마쳤다. 아직 많은 인화를 하지 못해서 내세울만한 사진은 없으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정도의 준비는 마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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